작성일
2010.11.19
수정일
2010.11.19
작성자
현대중국문화연구실
조회수
839

(고찬경 서평) 중국당대문학사

다시 쓰는 중국현대문학사, 그 터 위에 피어난 꽃



《중국당대문학사》(천쓰허)

《중국당대문학사》
천쓰허 지음,
노정은 박난영 옮김,
파주: 문학동네, 2008.8
                                                                                                      
                                                                                                                       고 찬 경

  1910년대 말 이래의 중국문학을 지칭하는 '신문학','현대문학','당대(當代)문학','신시기(新時期)문학'등은 그 명제와 분기에서부터 단절과 모호함, 불확정과 제한성을 그 특성으로 노정하고 있다. 그것이 문학 자체의 내재적 발전에 의한 것이든 국가 이데올로기의 변화나 새로운 문예논쟁의 결과에 따른 것이든 이 같은 개념화는 대상으로 삼고 있는 문학현상과 그 흐름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는 데서 상한선과 하한선의 확정에 무리가 따르게 된다.
  1980년대 중엽에 이르러 전국적인 역사 다시쓰기 운동의 일환으로 '문학사 다시 쓰기(重寫文學史)'운동이 전개된다. 이는 정치적 기준에 따라 문학의 제반 현상을 평가해왔던 이전의 획일적이고 편협한 태도를 극복하고, 1950년대 이후 문예계를 지배해왔던 서술의 체계를 재검토하여 조정하는 한편, 여러 작가와 개별 작품 및 비평 이론 등에 대해 합리적이고 타당한 평가를 내리고자 하는 의식적인 움직임이었다. 이 같은 시도의 주요한 성과로 1985년 첸리췬(錢理群) 황즈핑(黃子平) 천핑웬(陳平原)이 연명으로 제기한 문학사 쓰기에 있어서의 '20세기 중국문학'이라는 개념을 들 수 있다. 그들은 '20세기 중국문학'을 19세기 말과 20세기 초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이어지는 문학의 흐름이자 고대문학으로부터 현대문학으로 이행되어 최종적으로 완성되어가는 문학의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상술한 바와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20세기 중국문학'이라는 개념 역시 21세기와의 단절이라는 측면에서 그 유효성에 의문이 제기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명제가 갖는 의미는 상당한 것이었다. 그것은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된 1949년을 기준으로 문학사 또한 '현대'와 '당대'로 나눔으로써 이를 문학사 이해의 절대 분기로 인식해오던 종래의 서술관점을 극복하게 하는 것이었다. 1900년대 이후의 중국문학사 전체를 하나의 유기적 과정으로 파악하여 현대와 당대를 소통 가능한 문학의 흐름으로 간주하려는 이 같은 경향은 이후 연구자들의 보편적인 지지와 동의하에 그 이론과 실제의 지평을 넓혀가게 된다.
  천쓰허 역시 상술한 바와 같은 학술적 분위기 속에 현당대 중국문학을 '20세기'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이해함으로써 문학사 연구에 있어서의 총체적 시각을 확보하는 한편, 각 시기와 단계에 속하는 여러 작품들의 양상을 그 문학적 원류관계와 계승 발전의 구조 속에서 파악하고자 하였다. 이 같은 문학사적 관점의 확립과 연구의 확장을 통한 결과물은 이후 여러 저서를 통해 국내외 학계와 일반에 소개되어 그는 중국 현당대문학사 연구의 중심에 선 권위자로 손꼽히게 된다.    
  1954년 상하이에서 태어나 현재 모교인 푸단대(復旦大)의 중문과에 재직 중인 천쓰허는 문학의 역할보다 문학 본연의 의미를 중시하는 이른바 자유주의 비평가로 활동하고 있다. 바진(巴金)연구와 20세기 중국문학사를 주된 연구 영역으로 삼고 있고, 중외문학관계 연구와 당대문학 비평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또한 그는 1980년대 중반 '문학사 다시 쓰기'와 '인문정신논쟁'등의 굵직한 학술논쟁을 주도한 핵심 이론가이기도 하다. 1987년 중국에서 출간한 『중국 신문학 총체론(中國新文學整體觀)』은 1995년 한국에서 『20세기 중국문학의 이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었다. 그로부터 10여 년을 훌쩍 넘긴 후, 그의 '문학사 다시 쓰기'는 1999년에 출간된 『중국당대문학사교정(中國當代文學史敎程)』과 2001년 출간한 『신시기문학개설(新時期文學槪說)』로 이어진다. 이 두 저서를 저본으로 한 번역서가 2008년 한국에서 『중국당대문학사』라는 제목으로 출간되었으니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책이 바로 그것이다.  


1.
  저자에 따르면 '20세기 중국문학'은 개방형 총체로서 국가와 민족, 문화의 현대화과정을 추구하는 중국 지식인들의 특수한 입장과 방식을 반영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1949년 이후의 중국 대륙의 문학을 지칭하는 중국 당대문학은 저자에 따르면 '5 4신문학운동이 사회주의 역사 단계로 진입한 이후의 문학현상과 그 과정'을 가리킨다. 그러므로 비록 '당대문학'으로 분기되어 특정된다 하더라도 그것은 시점과 종점이 확정된 폐쇄적인 시기가 아니라 위로는 5·4 신문학 전통을 계승하고, 아래로는 이 같은 전통의 흐름을 잇는 열린 시공이자 전체 문학사의 총체적 발전과정의 한 단계인 것이다. 아울러 그는 당대문학이 갖는 개방성과 총체성에 주목하여 중국 대륙이라는 지역적 경계를 넘어 타이완과 홍콩 등지의 문학 소산까지 아우를 것과 중국 당대문학의 원류를 20세기 전반의 문학에서 찾을 것을 역설한다.  
  『중국당대문학사』는 전체 24장 가운데 1장에서 9장까지는 『중국당대문학사교정』을, 10장부터 24장까지는 『신시기문학개설』을 번역하여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1949년부터 1990년대에 이르는 당대 문학사를 스물 네 개의 장으로 나누어 설명하는 한편, 각 장 아래 서너 개의 절을 두었다. 대체로 첫 번째 절에서는 해당 장의 내용을 상술함과 동시에 해당 시기의 문학사적 현상과 흐름을 간략히 소개하고 있다. 뒤따르는 절은 구체적인 작품을 그 제목으로 삼아 해당 작품이 소속된 장의 제목 하에서 갖는 대표성을 드러낸다. 이에 첫 번째 또는 두 번째 절에서 소개하는 내용은 뒤따르는 작품 이해에 필요한 문학사적 배경과 당시의 창작 상황에 대한 설명으로 꾸려져 전진 배치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의 서술의 초점은 문학사적 지식의 전달이 아니라 구체적인 작품의 이해에 맞추어져있다. 저자는 이 같은 작품 위주의 문학사 저작을 통해 '문학사 다시 쓰기'가 기대하는 문학사의 다원화된 국면과 그에 관련된 다양한 경험과 교훈을 탐색하려 한다. 이 때 저자의 서술태도에 문학사를 대하는 저자의 관점이 드러난다. 기존의 문학사 서술은 정치사와 궤를 같이 하는 당대 중국특유의 문학이론 및 문학현상에 대한 설명에 상당한 편폭을 할애하는 반면, 천쓰허는 이 같은 특수한 문예 창작 환경 하에서 미약하나마 작가들의 주체의식이 어떻게 발현되어 작품에 드러나고 있는지에 더욱 주목한다. 그러므로 저자는 매 시기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대표작들보다 5·4신문학의 전통을 잇고 있는 지하문학 활동과 원시적 생명력을 지닌 민간문화 등에 더욱 주목한다. 따라서 문학사적으로 주요하게 다루어지던 문학현상이나 작품이라도 시대를 넘어서는 가치를 갖지 않는다면 간단히 언급하고 넘어갈 뿐, 서술의 주선을 방해하는 곁길 서술은 의식적으로 삼가고 있다.
  『중국당대문학사』는 애초에 대학의 학부생에게 강의하기 위한 용도로 마련된 문학사 교재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작품을 통해 문학사에 관한 지식이 피수강자에게 자연스럽게 전달되도록 서술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 이 같은 궁극적인 목표가 서술의 방식을 결정지은 바, 저자는 무엇보다 작품의 선별에 신중을 기하였다. 이를 위해 각 시기에 따라 대표성을 띠는 명작이나 논란의 중심에 섰던 작품 외에도 문학의 창작 사조나 특정한 문학 현상 및 문학사의 전체 흐름을 충실하고도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데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작품들을 각 절에 배치하는 한편 각 작품에 대한 종래의 평가에 새로운 해석을 더하였다.


2.
  당대문학사를 거대한 문학사적 흐름의 한 과정으로 보는 저자에게 시기 구분은 그리 유의미한 작업이 아닐 수도 있다. 다만 저자는 대강의 문학 창작 배경을 밝히기 위해 1949년에서 1990년대에 이르는 당대문학사를 다음과 같이 나누고 있다. 1949년에서 1978년에 이르는 제1단계는 문학 관념이 군사 궤도로부터 정치 궤도로 옮아가 문학은 혁명을 위해 기능할 것을 요구받는 시기이다. 전쟁문화심리에 의기투합한 당시 대다수의 작가들은 문학 창작의 정치적 목적성과 공리성을 강조하거나 혁명적 낙관주의를 주요 작품을 통해 다양하게 구현하였다.
  1978년에서 1989년에 이르는 제2단계는 '상흔(傷痕)문학'을 표지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문학적 '소생'이 이루어지는 시기이다. 이 무렵 전쟁문화 규범은 부정되고, 현대화라는 목표를 향한 평화로운 경제 건설의 시기로 진입하게 된다. 문예의 노농병(勞農兵)을 위한 봉사는 인민을 위한 봉사로, 정치를 위한 봉사는 사회주의를 위한 봉사로 전환되어 5·4 신문학 전통의 활력이 점차 회복되기에 이른다.
  제3단계는 1990년대 이후로서 사회주의 계획경제 체제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체제로의 전환에 따른 일련의 변화들이 급속도로 진행되는 시기이다. 다원화된 문화구조가 형성됨에 따라 개인화된 서사가 중시되고, 문학예술은 매스미디어적 경향을 띠게 된다. 아울러 인터넷 문화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신세대(新生代) 문학에 있어서는 내면화와 개인화의 경향이 더욱 두드러진다.
  상술한 문학사 분기는 그 자체만으로는 탄탄한 논리적 정합성을 갖지 못한다. 각 단계의 연대 구분과 그 근거가 모호할 뿐만 아니라 이 역시 문학의 내적 흐름이 아닌 정치, 사회, 경제 방면의 영향관계를 고려한 기존의 문학사 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을 보급형 대중 문학사이자 필자 개인의 연구 성향을 드러낼 수 있는 학술서로 꾸리고자 한 저자의 의도는 다음의 몇 가지 개념을 통해 구체화되는데, 이는 상술한바 당대 문학사 기술에 있어서의 정합성을 담보하는 장치이기도 하다. 아울러 기존의 문학사 서술과는 차별되는 '다시 쓰는 문학사'의 주된 관점 또한 다음의 네 가지 개념에 소급된다고 할 수 있다.
  첫째, 당대 문학사의 시종을 관통하는 것은 5·4신문학 전통이다. 곧 그것의 계승이요 발현이며, 회귀이자 복귀이다. 저자는 인간의 깨달음과 재인식, 인도주의, 현실 비판, 계몽의식, 모더니즘 등 당대문학, 특히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이후의 '신시기문학'에 나타나는 전반적인 문학사적 현상을 5·4신문학의 대의로 귀속시키고 있다. 저자는 이 같은 5·4신문학의 전통은 면면히 이어져 지식인의 사회적 책임과 문학적 이상에 대한 추구를 지배해왔다고 본다.
  둘째, '비공개적 글쓰기(潛在寫作)'또한 5·4신문학 전통과 함께 저자의 문학사 이해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적 개념이다. 기존의 문학사가 '문화대혁명'을 독립된 단계로 구별하는 데 반해 이를 제1단계에 포함시킨 저자의 관점 또한 이 개념에 의거한다. 즉, 문혁 시기 노작가들의 의식적인 비밀창작으로 인해 신문학 전통은 암흑의 시대에도 명맥을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이 같은 비공개적 글쓰기는 해당 시대의 또 다른 문학적 수준을 보여주므로 문학사 이해와 기술 및 평가에 있어 비공개 창작물은 공개 창작물과 함께 그 총체성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민간문화 형태'와 '민간의 숨은 구조', '민간의 이상주의'라는 개념에 공통되는 '민간'의 함의를 이해해야 한다. '민간'은 원시적 생명력을 지녀 시대성을 초월한 예술적 매력을 발산하는 공간으로서 진부하고 상투적이며 교조적인 지배 이데올로기를 부분적으로나마 희석시킬 수 있는 역량이다.
  넷째, 문화 형태로서의 '공명(共名)'과 '무명(無名)'은 문학현상 이해 및 문학사 분기에 있어서도 유용한 개념이다. 20세기 중국은 역사의 각 시기마다 시대의 주제를 포괄하는 개념이 있어왔고 저자는 이 같은 문화 상태를 '공명'으로 개괄하는 한편, 계몽담론이 해체되고 개인적인 서사가 위주가 되는 1990년대 이래의 문화현상을 '무명'이라 명명했다. 
  

3.

  기실 당대문학의 시발로 삼는 1949년 이후 약 30여년은 그야말로 지도부로부터의 이론이 창작을 주도하던 시대였다. 1940년대 중엽 공산당 통치구를 중심으로 수립된 문학 창작의 전통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문학은 정치를 위해 복무한다.'는 하나의 대원칙에 소급된다. 문학의 정치로의 복속을 천명한 이 원칙으로 인해 작가는 더 이상 상부의 지시를 벗어난 여하한 창작의 권한도 가질 수 없었다. 창작주체인 작가를 속박하는 당대문학의 이 같은 전반적 특징은 문학사 서술의 관점뿐 아니라 작품 감상의 습관에 있어도 별 다를 바 없는 분위기를 형성해 놓았다. 즉, 이론이 주도한 창작이라는 측면에서 문학사 서술에 있어서도 이론이 우위를 점하여 구체적인 개별 작품에 대한 평가와 감상은 부차적인 것으로 간주되어 온 것이다.
  이와는 달리 문학사 지식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문학작품을 근간으로 서술한 이 책에서 저자는 구체적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접근한다. 우선 작가와 작품을 일치시키되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작품을 통해 작가를 규정한다. 즉, 각 절의 제목으로 설정한 주요 작품의 경우 작품의 원문을 직접 제시하여 독자와 작품의 거리를 좁히면서도 해당 작가의 생애 및 문학사적 지위와 같은 에피소드는 작품 이해에 필요한 경우 외에는 달리 언급하지 않는다. 아울러 주요작가들의 작품을 선별하여 소개하되 불우한 시대 환경으로 말미암아 평가 절하되거나 묻혀있던 작품들에 대해서는 충분한 근거와 함께 새로이 조명하고 있다. 이 밖에 저우리보(周立波)와 자오수리(趙樹理)의 소설, 허징즈(賀敬之)와 궈샤오촨(郭小川)의 시 등 유사한 제재를 취한 작품을 비교 서술함으로써 시대에 따라 창작의 경향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또는 동시대의 작품이라도 작가의 개성이 구체적인 작품에 어떻게 달리 구현되고 있는지를 설명하는 등 다각도에 걸친 평가를 통해 해당 작품을 부각시키고 있다. 이 같은 작품 중심의 문학사 서술을 통해 독자는 충실하고도 생동적인 당대 문학사의 흐름을 체득할 수 있다. 아울러 작품을 주관적으로 품평하기보다 작품의 일부 내용을 함께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이 직접 작품을 읽고 공감하도록 배려하였다. 이로써 독자들은 이론에 따른 편견 및 배경 지식으로 인한 방해를 최소화 한 채, 작품 자체를 직접 감상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인 분기나 장르, 또는 사조나 유파에 따른 서술이 아닌 주제어에 따른 서술방식을 택함으로써 그에 따른 적지 않은 아쉬움도 노정하고 있다. 우선 두 가지 이상의 주제어에 두루 해당되는 개별 작품들이 여러 절에 걸쳐 중복 서술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각 장과 절의 제목 하에 구체적 작품이 놓이는데 그 배치의 합리성이 다소 의아한 부분도 눈에 띈다. 예를 들어 몽롱파(朦朧派) 시인들의 경우, 구청(顧城)과 베이다오(北島)는 상흔문학의 하위 절인 '5·4의 발현'에서 소개되고 있고, 수팅(舒 )은 문학 창작에 있어서의 모더니즘을 다룬 장에, 또한 양롄(楊煉)의 경우는 '문화뿌리찾기 의식'등에 각각 소개되고 있다. 물론 이들 시인들은 유파로서의 성격이 미미한데다 이후 각자의 창작의 길에서 상이한 예술정향을 추구한 만큼 그들 각자의 특성이 개인의 운명에 대한 관심, 소극적 기법으로서의 모더니즘, 또는 원시문명의 생명력에 대한 경도로 각각 나아간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중국문학사에 있어 몽롱시파의 의의는 무엇보다 문화대혁명이 종결된 직후에 결집되어 대중에 끼친 영향에 있다고 할 수 있으므로 이들을 하나의 장 또는 절로 구분하여 한데 기술하지 않은 것은 전체적인 문학사 이해에 있어 그다지 합리적인 선택은 아닌 듯하다.    
      

4.
  한국에서 출판된 천쓰허의 『중국당대문학사』는 앞서 언급했듯 중국에서 출판된 두 권의 책을 번역 텍스트로 삼아 한 권으로 엮어낸 것이다. 이는 후반부의 내용을 보강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에 따른 것이지만 전반부와 후반부의 상이한 서술방식과 일관되지 않은 용어의 사용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글 전체의 통일성을 저해하는 결과를 빚고 말았다.
  본격적인 서술에 앞서 제시된 서론은 아마도 1장∼9장의 번역 텍스트인 『중국당대문학사교정』에 수록된 내용으로 보인다. 서론의 전체 내용에 대한 포용 여부는 차치하고라도 본문을 스물두 장으로 나누었다는 기술은 출판 전, 번역의 과정에서 저자와의 협의 하에 교정되었어야 할 부분이다.
  이 밖에 작품과 작가를 소개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9장을 경계로 전과 후의 서술방식이 사뭇 대조적임을 알 수 있다. 즉, 9장까지는 저자가 서론에 언급한 대로 그야말로 작품을 위주로 서술하고 있지만, 10장 이후부터는 해당 작가의 출생(또는 생몰)연대로부터 출생지와 본명, 필명에 대한 서술을 거쳐 작가의 창작 생애를 간략히 밝힌 후에야 주요 작품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전반부와 후반부의 이 같은 두드러진 서술방식의 차이와 그 연유에 대해서는 일러두기나 '저자의 말'등을 통해 책의 전면에 삽입하는 것이 그나마 열독의 혼선을 최소화하는 방법이었을 것이다. 이 책의 원본 텍스트의 구성 및 체제에 관한 내용을 책의 끄트머리에 이르러 '옮긴이의 말'을 통해서야 확인한 독자로서는 책을 읽는 내내 다소간의 의아함을 떨치기 힘들었을 것이다.  
  아울러 10장 이후의 텍스트가 『신시기문학개설』로 교체됨에 따라 9장까지는 언급되지도 않았던 '신시기문학'이라는 개념이 10장 이후로는 핵심 명제로 기술되는 것 또한 글의 전체적 기술에 있어서의 통일성을 저해하는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각각 1999년과 2001년에 출판된 원저가 십여 년 후에야 번역 출판되는 과정에서 빚어진 오류도 눈에 띈다. 지난 2005년 바진이 사망한 후, 2006년 10월 티에닝(鐵凝)이 중국작가협회 주석직에 올랐으나 책에서는 여전히 바진이 중국작가협회의 주석으로 기술되어 있다.
  간간이 번역상의 잘못도 눈에 띈다. 작품 제목의 경우 국내에 번역된 작품을 최대한 참고했다니 더 말할 것이 없지만, 저 유명한 스즈(食指)의 시 「미래를 믿자.(相信未來)」의 두 번째 연의 첫 구를 '나의 까만 눈망울은 깊은 가을의 눈물이 되고'(259쪽)라고 번역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원문이 '當我的紫葡萄化爲深秋的露水'인 만큼 '내 자줏빛 포도가 늦가을의 이슬이 되었을 때'정도가 적당한 번역일 것이다. 아울러 모옌(莫言)의 중편소설 「붉은 수수밭」의 내용을 소개하면서 '문둥병에 걸린 남편을 다이펑롄의 위잔아오가 죽이면서'라고 번역한 부분은 '위잔아오가 문둥병에 걸린 다이펑롄의 남편을 죽임으로써'라고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밖에 137쪽 로맹 롤랑(羅曼 羅蘭)의 『장 크리스토프 約翰 克利斯朶夫』와 같은 예에서 보듯 저자와 원서를 원어 Romain Rolland의  『Jean Christophe』가 아닌 중국어 역서명으로 병기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번역에 역자의 어떠한 원칙이 반영된 것인지 알 수 없으나 저자와 저서는 원어에 입각해 표기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이자 좀 더 너른 독자층을 배려한 번역이 아닌가 생각된다. 물론 이는 600페이지가 넘는 방대한 분량을 번역해 낸 두 역자의 노고를 생각할 때 거의 불손에 가까운 소소한 지적일 것이다. 나를 포함한 중국현대문학에 관심 있는 모든 이에게 이 책은 전공자이자 전문번역가인 두 역자의 손을 거쳐 번역되고 다듬어져 출간되었다는 것만으로도 감사할 일이다. 이 책이 향후 한국 중어중문학계의 교학에 기여하는 바도 적지 않을 터이다.


5.
  이 책의 저자 천쓰허의 말처럼 '문학작품의 매력은 그 해석에 있다.'문제는 중국 당대문학의 경우 오랫동안 창작 및 해석, 또는 감상에 있어 획일적 기준이 강요되었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오늘날의 문학사 서술은 시대의 특수성에 따라 잘못 해석되거나 호도되었던 문학사 상의 개별 작품들을 새로운 예술 기준으로 재해석해내는 것을 그 주된 과제로 삼는다. 이를 통해 지나온 문학사의 길 위에 시든 채 버려진 꽃을 다시 피어나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요컨대 천쓰허의 '새로 쓴 문학사'는 문학사를 더욱 풍성하게 함으로써 궁극적으로 오늘을 빛나게 할 문학 작품을 발굴해낼 뿐만 아니라 개방형 총체로서의 20세기 중국 문학사를 새로이 조망하는 가능성을 제시한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저자가 제시하는 예술적 기준 또한 절대적이지 않기에 독자인 우리로서도 상이한 해석의 여지를 갖게 된다. 그러므로 작품을 중심으로 다시 쓴 천쓰허의 당대문학사는 이 같은 다원화된 해석의 공간으로의 초대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고찬경, 〈다시 쓰는 중국현대문학사, 그 터 위에 피어난 꽃〉,  《코기토》 제67호, (부산: 부산대학교 인문학연구소, 2010.2), pp.283-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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