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학교 현대중국문화연구실 옮김,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 펴냄
"현대 중문문학 대표작품 시리즈" (4차분)
- 세계 각지에서 만나는 화인의 삶과 문학
《동생이면서 동생 아닌: 캐나다 화인 소설선 他是我弟弟,他不是我弟弟》, 천하오취안 陳浩泉 외 지음, 김혜준/고찬경/고혜림/문희정 옮김, 2016.5.
《물고기 뼈: 말레이시아 화인 소설선 魚骸》, 황진수 黃錦樹 외 지음, 고운선/고혜림 옮김, 2015.11.
《여생 餘生》, 우허 舞鶴 지음, 문희정 옮김, 2015.11.
《그녀의 이름은 나비 她名叫蝴蝶》, 스수칭 施叔靑 지음, 김혜준 옮김, 2014.11.
《옥수수밭에서의 죽음 玉米田之死》, 핑루 平路 지음, 고찬경 옮김, 2014.11.
부산대학교 현대중국문화연구실(현문실)에서 ‘현대 중문문학 대표작품 시리즈’의 제 4차 시리즈 5종을 출간했다. 이로써 현문실이 기획한 ‘현대 중문문학 대표작품 시리즈’ 총 25권(23종)이 2011년 이후 5년 만에 모두 완간되었다. 현문실에서는 그 동안 지식을만드는지식출판사와 함께 중국 대륙 뿐 아니라 타이완, 홍콩 및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고 있는 화인 작가의 다양한 면모와 높은 성취를 보여주는 중문 작품들을 소개하는 데 앞장서왔다. 이번 4차 시리즈 또한 타이완, 홍콩 및 말레이시아와 캐나다 화인 작가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전달하고자 했다.
천하오취안(陳浩泉, 1949~ ) 외 캐나다 화인 소설선 《동생이면서 동생 아닌》은 캐나다화예작가협회 소속 16인의 단편소설을 수록했다. 대부분의 작품은 이민자의 나라 캐나다에 최근 도착한 화인의 삶을 직접적으로 보여 주는데, 이를 통해 국경을 넘어 이국 타지에서 새로운 생활을 꾸려나가는 이주자로서 화인의 모습을 유추해볼 수 있다. 또 그뿐 아니라 그들의 눈에 비친 캐나다를 관찰해볼 수도 있으며, 더 나아가서 인간 삶에 대한 성찰, 인류의 보편적인 정서, 전지구화에 따른 이민자의 급증 및 그에 대한 반응과 대응 등의 측면에서 사고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황진수(黃錦樹, 1967~ ) 외 말레이시아 화인 소설선 《물고기 뼈》는 말레이시아 화인 작가 8인의 단편소설을 수록했다. 이들 작품은 말레이시아의 문화에 대한 기억, 어느 곳에도 속하지 못하는 타인으로서 살아가야 하는 타지에서의 생활, 화인으로서의 정체성에 관한 고뇌, 그리고 이들이 뒤엉키면서 발생하는 충돌과 모순 등을 개성 있게 표현하고 있다. 실제 게릴라 부대원이었던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허진의 〈나는 한 그루 빈랑나무〉나 일본군 위안부를 다룬 리융핑의 〈망향〉 등, 다양한 소재와 서로 다른 필체의 작품들을 통해 말레이시와 화문문학의 정수를 느낄 수 있다.
우허(舞鶴, 1951~ )의 《여생》은 1930년 타이완 난터우현 우서에서 일어난 원주민의 반일 투쟁인 ‘우서 사건’에 대한 작품이다. 작가는 ‘우서 사건’에 대한 기존의 조사와 기록에 당사자들의 목소리가 결여되어 있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그는 직접 ‘우서 사건’의 생존자와 그 후손들의 이야기를 듣고 이를 소설의 형식으로 써나가면서 현재의 관점에서 ‘우서 사건’을 새롭게 평가하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타이완에 대한 작가의 복잡한 시선이 비교적 분명히 드러난다. 《여생》은 2000년 타이베이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01년 불어로 번역되어 프랑스에서 출판되기도 했다.
스수칭(施叔靑, 1945~ )의 《그녀의 이름은 나비》는 ‘홍콩 3부작’의 첫 번째 소설이다. ‘홍콩 3부작’은 윙딱완이라는 여성과 그녀 일가를 통해 중국권 최초로 홍콩의 역사를 총체적으로 서사 내지 재현한 연작 소설이다. 그 중 제 1부인 《그녀의 이름은 나비》는 인신매매꾼에게 납치되어 홍콩에 끌려온 어린 창부 윙딱완과 동양에 대한 환상을 좇아 홍콩으로 온 애덤 스미스라는 영국 젊은이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흑사병이 창궐했던 1894년을 전후한 4년간을 다뤘다. 작가는 주인공의 삶을 집중적으로 묘사하는 한편 방대한 자료를 바탕으로 당시 사회와 시대상을 입체적으로 재현했다.
핑루(平路, 1953~ )의 《옥수수밭에서의 죽음》은 제재와 형식에 구애되지 않고 실험적이고 모험적인 창작을 추구하는 타이완 작가 핑루의 특징이 오롯이 드러나는 단편소설 8편을 수록한 소설선이다. 타이완 출신 어느 미국 이민자의 죽음을 다룬 그녀의 대표작 〈옥수수밭에서의 죽음〉, 장제스의 부인으로 퍼스트 레이디였던 쑹메이링의 만년을 그린 〈백세 서신〉, 인공지능(AI)과 그녀를 발명한 과학자의 이야기를 다룬 〈인공지능 보고서〉 등을 통해 여성작가라는 틀을 거부하는 핑루의 독창적이고 다채로운 작품세계를 느낄 수 있다.
어떤 작가와 작품을 소개할 것인가, 어떻게 독자들과 만나고 소통할 것인가. 번역 작업이 늘어나고 경험이 쌓일수록 현문실 멤버들이 느끼는 책임감과 부담감 역시 커졌다. 하지만 멤버들의 고충을 이해하고 적극적으로 도와주신 많은 분들 덕분에 시리즈를 무사히 마무리할 수 있었다. 특히 작품 집필과 선정 및 행정 업무까지 기꺼이 맡아 준 천하오취안 선생과 황진수 선생을 비롯해서 한글판의 출간을 허락해 준 작가 스수칭, 핑루, 우허, 캐나다화예작가협회 작가들 및 말레이시아 화인 작가들의 성원이 있었기에 이번 작업이 가능했다. 타이완문학관 관계자, 타이완 둥화대학의 쉬원웨이 교수, 하버드대학의 데이비드 왕 교수, 부산대학교의 김혜준 교수 등 많은 분들의 직간접적인 협력과 변함없는 지지 또한 큰 힘이 되었다. 현문실과 긴 여정을 함께 해준 지식을만드는지식 출판사의 세심함과 성실함에도 감사드린다.
현문실에서는 ‘현대 중문문학 대표작품 시리즈’를 통해 참신하고 수준 높은 중문작품을 한국의 독자들에게 널리 알리고자 힘써왔다. 이 시리즈에 참여한 작가들과 역자들은 더 많은 독자들이 더 좋은 중문문학을 향수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앞으로도 현문실에서는 ‘현대 중문문학 대표작품 시리즈’에서 미처 소개하지 못한 작가와 작품들을 지속적으로 번역 소개해나갈 것이며, 이와 동시에 이 분야의 이론서 번역과 저술을 통해서 기존의 작업을 보완하고 확대해나갈 것이다.
2016.06.21. 문희정 작성
cccs@pusan.ac.kr